본문 바로가기

Daily

프란치스코 교황방문에 즈음한 천주교에 대한 생각.

 

 

 

그 어떤 종교와도 인연이 없던 나는, 종교가 무어냐는 질문에 늘 무교라고 응답해오다 최근 몇년간은 모든 종교라고 말한다. 그동안 신에게 기댄 인간의 나약함이 만든게 종교라든가 유물론자라 신을 믿지 않는다는 등의 내 응답은 일종의 방어막이었다. 자신의 종교를 권하며 끈질기게 혹은 지겹게 접근하던 그치들을 떼어내기 위해 야멸차게 내뱉었다. 이젠 종교에 대한 대화에서 나는 그들을 냉소했던 말들을 속으로 꿀꺽 삼키며 모든 종교를 포용...하는 이 마냥 미소를 띄운다.

 

여전히 나는 종교가 필요없는 사람이지만, 천주교를 보면 간혹 끌린다. 지난 3월 강정에서 만났던 천주교는 더욱 그랬다. 물론 남자의 갈비뼈에서 비롯된 여성, 선악과를 탐한 여성, 사제가 될 수 없는 여성으로 대표되는 종교의 성불평등적 인식과 문화는 변화가 필요하다. 허나 낮은 곳으로 가 현장을 지키고 아픈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네들은 존경스럽고 경건하였다.
하지만 미사시간은 수월하지 못했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강정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함께하며 더불어 종교의 교리와 해설에 귀기울여보고자 하였지만, 도통 알 수 없는 게 또 나같은 무신론자의 한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간증하자면, 신부님이 앞장서 "구럼비야 사랑해~!"라고 외칠때 울컥 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한국의 천주교하면, 내겐 문정현 신부가 1번으로 생각난다. 그리고 명동성당, 김수환추기경 등 늘 아픈자들 낮은자들 곁에 있어왔던 천주교의 모습.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교종)의 한국 방문에 한국 민중은 기대하는 바가 크고도 많다. 공항에서 내려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면서도 희생을 기억한다고 하였으니, 8월 18일 떠나기 전까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자못 기대가 되는 교황임에는 분명하다.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리세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2) 2014.09.10
새봄을 기다리며  (1) 2011.01.25
장애인이라 태우기 싫었던건가요?  (1) 2010.05.03
이웃집 냥이, 인기녀 구름이  (2) 2010.03.26
2010년 원동 순매원 매화  (1) 2010.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