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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movie

오드리 햅번의 전쟁과 평화, 1987.

 

 

속이 울렁거려서 뭐라도 끄적여본다. 
갑자기 생각난건 오드리 햅번이 나온 전쟁과 평화다. 

전쟁과 평화를 극장에서 봤다고 하면 갸우뚱할 사람이 많겠다. 1956년에 나온 그 영화를 나는 중학교1학년 때 극장에서 봤다. 

중학교에서의 첫 시험이 끝나고 단체 관람을 하러 갔는데 그 때 본 영화였다. 한국에선 1987년에 상영을 했다고 하니 1991년 부산의 한 변두리 극장에선 4년이나 지나 보게된것이겠지. 부산에서도 농촌에서 살았던 나는 극장에서 본 첫 영화가 우뢰매였다. 

그 후 생애 두 번째 극장영화가 내가 영화에 매료되기에 충분했던 고전 "전쟁과 평화"였다. 정확한 시대변경은 알 수 없었지만 

나폴레옹이 등장하던 시대의 프랑스와 러시아의 전쟁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고뇌와 사랑, 삶을 그리고 있던 그 영화. 물론 원작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이다. 러닝타임도 대단했던 기억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세시간이 넘는다. 

당시 버스 한대 놓치면 집에 너무 늦게 들어가는 것이 걱정이 되어 영화는 무척 재미있고 몰입되었지만 영화를 다 못 보고 나왔다. 그런데 다음 날 못 본 부분이 궁금해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뭐 별거 없었어"라는 반응이었고 그 후로 잊고 지냈는데, 별안간 20년이 흘러 다시 떠올랐다. 
당시 기억으로는 비쩍 말랐지만 매력있던 그 아가씨가 오드리 햅번이라는 건 영화를 보면서도 알 수 있었지만, 전설적인 배우로 불리는 핸리 폰다와 오드리햅번의 남편이 된 멜 퍼러가 나왔다는건 이제사 알게되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딩 우리들은 영화에 나온 나폴레옹을 키득거리며 봤는데, 당시 복식이었던 그 쫄바지가 너무 웃겨서 참을 수 없었던 게다. 
대학시절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장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나 프랑소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를 보기도 했는데, 내게 그런 고전들을 보게했던 근원에는 아마도 "전쟁과 평화"가 있던게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