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북중 국경에서 만난 북한 화교

노컷뉴스 | 입력 2009.12.30 09:48

 

 
[베이징=CBS 김주명 특파원]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의 랴오닝성 단둥에서 북한 화교를 어렵게 만났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경제사정을 탐문하기 위해서였다.

단둥에는 비교적 많은 북한 무역상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거의 모두가 사업 이외에는 한국인과의 접촉을 피할 뿐 아니라 기자라고 할 경우는 기겁을 하며 만나려 하지 않는다.

북한 화교의 상당수는 북중 무역에 종사하고 있고 기자가 만난 그 화교 역시 오랫동안 북중 무역에 종사해온 무역상이었다.

그는 주로 북한의 광물과 수산물을 중국으로 들여오고 중국에서 각종 기계설비와 양식 등을 북한에 보내는 무역을 하고 있었다.

평양을 자주 오가는 그는 비교적 북의 실정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남한에서 온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그는 한국의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쏟아냈다.

북한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를 하면 한국의 언론들은 나쁜 얘기만 골라서 쓴다는 것이 그가 한국 언론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과 불만의 핵심이었다.

왜 한민족인데 중국인보다도 더 애정이 없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의 화폐개혁과 관련해서는 다소 준비가 덜 된 성급한 조치인 듯 하지만 대체로 주민들의 환영을 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누가 총살을 당했다거나 폭동 비슷한 상황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구권화폐가 100 대 1의 비율로 신화폐로 교환됐지만, 노동자와 농민의 임금은 과거와 거의 같은 액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크게 환영받는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노동자 농민의 근로의욕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빈부격차를 없애고 '모두의 수평을 맞춘 조치'라고 그는 해석했다.

이번 화폐개혁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큰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그 비율을 따지면 전체 북한 인구의 5%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장에 물건이 나오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아직도 가격 정책이 완전히 제시되지 않아 약간의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사정이 좋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북중 국경을 오가며 보따리 무역을 하는 북한 화교들이 이번 화폐개혁의 가장 큰 피해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역시 적지 않은 손실을 보았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같은 내색은 하지 않았다. 혹시나 어두운 부분만 골라 쓸 것을 우려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대부분 사람들이 매우 선량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도 최근 기업과 공장 건설을 늘리고 있고 외국 기업들의 진출도 늘고 있다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후속조치가 있을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한국 뿐이고 이는 한국의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그는 이해하고 있었다.

단둥을 떠나기 전에 그는 압록강 폭이 가장 좁은 북중 국경으로 안내했다. 강의 폭이 3m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한걸음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의미의 '일보과(一步跨)'라는 표지석과 '지척(咫尺)'이라는 표지석 넘어 바로 북중 국경을 나타내는 철책이 있는 곳이다.

마침 북한의 병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일행을 향해 사진을 찍지 말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안내를 해준 그 화교가 중국어로 반갑다는 인사를 외치자 그들은 더이상 욕설을 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곳에 남측 관광객이 오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건네주는 담배나 시계를 스스럼없이 받기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제는 남측 사람들을 보면 욕설을 퍼붓고 중국인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그들을 보면서 씁쓸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jmki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