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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nification

북한에서 재판받는 미국 기자에 대한 보도의 문제점


北, 美여기자들 6월4일 재판(2보)

연합뉴스 | 입력 2009.05.14 10:15 | 수정 2009.05.14 10:17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북한이 억류중인 미국인 여기자 2명에 대한 재판이 내달 4일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이날 '보도' 형식의 발표문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재판소는 해당기관의 기소에 따라 6월4일 미국기자들을 재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jyh@yna.co.kr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미국 여기자2명 억류'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자

 북한은 지난 3월 중순 중국과 북한 접경지대에서 미국 여기자 유나 리와 로라 링을 체포했다

 이들은 체포 당시인 3월 17일 오전 두만강 인근 북한
 국경 지역을 취재중이었다고 한다.

 이들과 함께 있던 중국인 가이드도 함께 체포됐고 촬영
 기자는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의 취재를 도왔던 천기원 목사는 체포 당일 오전
 6시 마지막 통화에서 국경에 접근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고 KBS뉴스에 
 인터뷰했다.  

3월 21일엔 북측의 '조선중앙통신'이  “조-중 국경 지역을 통해서 불법 입국한 미국인 2명을 구속했다. 현재 해당 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고 국내 언론이 보도했다.


무엇이 사실인가?

이 두 보도만 비교해 보아도, 미국 기자 2명이 북한 국경에 접근했고, 북에 체포된 것은 '사실'로 판단된다. 

또한 서울신문 4월1일자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3월31일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중간 조사 결과 “증거자료들과 본인들의 진술을 통해 미국기자들의 불법입국과 적대행위 혐의가 확정됐다.”면서 “해당기관은 확정된 혐의들에 근거하여 재판에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조사과정 영사 접촉, 대우 등은 유관 국제법들에 부합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고 하니,

이 두 미국인은 '불법입국'과 '적대행위'에 대해 기소 당하는 것이다.


억류와 체포사이

불법 입국자는 영토권을 지닌 어느 나라에서나  체포했다가 훈방조치하는 경우는 없다.
게다가 미국인 불법입국자들은 북의 입장에선 '적대행위'와 '불법입국'이 확인되었으니 체포하고 법적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이 미국 기자들은 '체포'된 것이 아니고 '억류'되었다

체포   (품사 : 명사)[법률]


억류   (품사 : 명사)

억지로 머무르게 . ‘잡아 둠’, ‘가둠’으로 순화


이렇게 '체포'와 '억류'는 다른 단어이다. 
'억류'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미국 기자들이 '불법입국'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인데, 위의 기사들만 보아도 이들이 북한 국경에 접근했음을 쉬이 알 수 있다. 


 미국기자 vs 美여기자

언론의 이 사건에 대한 보도를 보면, 체포된 미국 기자를 '美여기자'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 기자'라고 해도 무방한 것에 '여성'임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남성기자는 '기자'로 여성기자는 '여기자'로 말하는 우리 사회의 낮은 성평등 의식 때문일까
'여성'을 납치하는 '파렴치'로 만들고 싶은 것일까

포털 사이트에 '기자'와 '피랍' '납치' '억류' 등을 조합하여 검색을 해보니 중동 분쟁지역에서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기자들이 많았다. 그 기자들은 대부분은 남성이었고 단순히 '***기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란에서 '간첩죄'로 재판까지 받고 복역하다 석방된 미국 기자도 '여성'이어서 '여기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미국기자'와 '미 여기자' 사이에는 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출신나라와 신분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하나는 '무성적' 표현이고 또 하나는 '성노출' 표현이다.

이 한 끝차이 표현으로 '보도'에 '감정'이 드러난 건 아닐까?

 
어떤 감정을 유발시키는 단어의 조합

맨 위에 인용되어 있는 기사만 보아도 짧은 기사에 '억류'와 '여기자'란 표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두 단어는 감정적 유발을 일으키기에 안성맞춤이다.

'억류된 여기자'만으로도 이 보도를 접하는 사람들은 이미 북이 나쁜 짓을 한 것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보도를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기자가 이 일에 대한 자기 감정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
둘째는, 사소한 단어의 변형으로 유발되는 어떤 감정을 기대하는 것이다.

첫째 이유로 기사가 쓰여졌다면, 기자로서 부족하니 연마 시간이 더 필요하고, 둘째 이유로 기사를 썼다면 '반북','반통일' 입장을 지닌 기자로 볼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기사를 쓴 기자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지녔다.
반북, 반통일 교육 받고 자라난 세대라 그런가..

앞으로도 이런 기사들은 수 없이 쓰여질 거다.
 특히나 반통일적인 정부 하에서는 더 그럴 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