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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블랙기업 노무관리 연구(김영, 2016)

일본블랙기업 노무관리 연구.pdf

 

김영선생님 요청에 따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블로그에 올립니다.

 

 

산업노동연구, 22권, 2호, 2016

 

일본 블랙기업 노무관리 연구

청년 노동자 갈아서 버리기의 기법과 확산배경

 

                                                            _ 김영(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블랙기업의 청년노동자 갈아버리기...

"사이토 씨는 게이오대학(慶応大学)을 졸업한 2011년 4월에 일본의 어패럴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유니클로(2013년 8월 현재 일본 국내점포 854점, 해외 441개, 국내 정규직 종업원 1,700명 이상)에 입사했다. 사이토 씨는 대졸 신입사원이 입사 반년 후 점장이 되는 것을 이상적 경력으로 설정하고 (URC, 유니클로 루키 캠페인) 있는 기업의 기대대로 입사 반년 후에 점장이 되었다. 동기 3명 중 1 명이 통과한 이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사이토 씨는 ‘자기학습신청서’라는 서류를 점장에게 제출하고 매일 2시간 ‘자주적’으로 점포에 남아 잔업을 해야 했다.
점장이 된 후 성수기인 11월, 12월에는 휴일 출근을 포함해 월 300시간 이상 일했다. 아르바이트 30-40명, 정사원이라고는 점장과 점장대리(점포에 따라서는 계약사원)밖에 없는 소형점 점장이었던 사이토 씨는 아르바이트의 인건비를 아무리 절약해도 본부가 정해준 수익률 기준을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 결국 점장인 사이토 씨의 장시간 노동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점장이 된 직후인 11월에 있었던 3일간의 ‘창업감사제’ 기간에 하루 15시간씩 일하면서 받은 블록 리더(점장의 상사인 슈퍼바이저의 상사)의 점포감사는, 대학시절 스포츠 클럽에서 활동했던 건강한 청년인 사이토 씨의 몸도 마음도 허물어지게 만들었다. 자살충동까지는 아니었지만 사다리 위에서 상품을 정리하면서 “여기서 떨어져서 골절상이라도 당하면 내일부터 출근 안해도 될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사이토 씨는 다음 해 2월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휴직한 후 병이 낫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했다.
유니클로에서 성수기에 점장이 30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기록상으로 점장의 근무시간은 월 240시간을 넘지 않는다. 타임카드를 찍고 나서 계속 일하기 때문이다. 2006년 맥도널드의 현역 점장이 회사를 상대로 잔업수당지불소송을 일으키면서 ‘이름뿐인 관리직’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NHK, 2008: 64-88) 2007년 4월 유니클로 본사는 점장의 노동시간 상한을 월 240시간으로 정했다. 월 24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 출근정지, 점장자격박탈, 자격등급강등 등의 징계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점장의 장시간 근무 없이는 점포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점장들이 타임카드를 찍고 나서 서비스 잔업을 하는 기만적 풍경이 벌어진다. 본사가 이 현실을 모르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유니클로 점장의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2013년 1월 유니클로는 URC 제도를 동결하고, 3월에 점장의 월 노동시간 상한을 190시간으로 줄였다. 그리고 4월부터는 국내 점장들에게 월 3만 엔의 점장 수당과 연12만 엔의 성수기 수당을 도입했다."